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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Said/Fragments of H8

daydream 키를 넘기는 목초밭 사이를 걸어 도착한 강가. 바람조차 닿지 않는 고요한 수면에 비치는 하얗고 파란 하늘. 그 수면에 마주앉은 의자 두개. '어떠셨나요' 높낮이 없는 고요한 목소리. '좋았어요.' 그렇게 시작되는 좋지 않았던 이야기. 거미줄같은 가느다란 선을 타고 이야기는 드문드문 이어지고, 가장 믿음직스럽고도 가장 불안한 인간관계는 50여분만에 종료된다. '다음주에 뵙죠.' 늘 같은 인삿말. 얼굴이 흐려지고 나는 당장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목초밭을 빠져나온다. 그 목초밭 너머에는 여전히 고요한 강과, 의자 두개가 앉아 있을테지만, 영원히 내것은 되지 않으리. 2020. 7. 7.
조각 1.다 잃었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어서 주머니에 가득찬 먼지를 가치있는것인냥 잔뜩 움켜쥐고 꺼내들어 흔들어보인다.다 잃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어쩌면 애초에 손바닥에 쥐어진것은 이 지지한 먼지들 뿐이었는지도 모른다.책상에 잔뜩 웅크리고 앉아 열심히 펜을 굴려보고 대단한 의미라도 있는 것처럼 마주보고 크게 웃는다.빈 방. 빈 손. 빈 주머니.텅 빈,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텅 비었다. 모두 사라져버렸다. 2.힐끗 바라본 그 눈은 상당히 작고 거무잡잡했는데, 그 한가운데 박힌 눈동자는 흔해빠진 표현을 빌어 별처럼 반짝거렸다.그 성가신 반짝거림이 자꾸 “당신의 눈 뒤에 숨겨둔 생각을 바라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자꾸 헛기침을 하며 눈을 피했다.그리고 고개를 기울이고 달아나면서, 다시 만난다면 .. 2018. 3. 24.
조각 1. 절벽에 선 사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모두가 그 사람을 원한다해도 그는 살 이유가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공허, 가슴안으로 사라진 모든 감각, 그 구멍은 무엇으로도 차지 않는다,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나는 이해할수 없어요" 그를 기억하며 모두 말한다, "이해할수 없어. 그는 모든 걸 가진 사람이었어요. 왜 포기한걸까요?" 그 몰이해가 그를 절벽에 서게 한것도 모른채, 그들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 혀를 찰 것이다. 2. 어린 시절 누군가를 잃은 한 남자. '그 상실을 아무렇지 않게 기억하고 그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잊어 버릴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난 그런 강한 사람이 아냐.' 그렇기에 그는 더욱 누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절실을 인정할 용기가 없다, 3. 한 여자, 길을 잃.. 2015. 12. 30.
은하수 나는 내 안을 매만지던 복화술사의 손이 빠져나가 텅텅 비어버린 복화술 인형처럼, 아무것도 담지 않은 눈으로, 모로 누운 나의 맞은편이자 옆자리에 누워 한쪽 뺨을 왼손등 위에 기대고 나를 빤히 보고있는 그의 커다랗고 진한 눈동자를 구경했다. 깜빡임없이 단호한 눈빛을 띤 파랗고 검은 눈동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지 도통 가늠하기 힘든 은하수같은 거대한 힘이 회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눈커풀에 힘을 빼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노곤하게 눈을 다시 떠서 여전한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나를 마주보는 네 눈 안에 모든 것을 빼앗겨서 나는 이렇게 텅비게 되어버렸나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나는 생각했다. 2015. 12. 17.
뭐든 좋으니, 내게 말해줘요. Dimitri Malignan plays Mendelssohn, songs without words opus19 no6 "고마워요, 남아줘서." "자꾸 생각이 나네요, 옛날 생각이." 2015. 12. 8.
조각 1-0. 소녀는 먼지 냄새가나는 낡은 곰인형을 끌어당겨 안았다. 한시간 조금 모자른 시간을 어둠속에서 숨 죽이면 산타의 선물처럼 평안한 잠이 머리맡에 놓일지도 모른다고, 소녀는 구겨진 이불위로 지나가는 달그림지를 보며 생각했다. 1-1."고통스러운기억은모두사라진다지나간시간은돌아오지않는다 고통스러운기억은모두사라진다지나간시간은돌아오지않는다 고통스러운기억은모두사라진다지나간시간은돌아오지않는다 고통스러운기억은모두사라진다지나간시간은돌아오지않는다 고통스러운기억은모두사라진다지나간시간은돌아오지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악몽이 끝나지 않길래, 소녀는 그냥 악몽속의 괴물 역을 하나 맞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소녀는 더이상 악몽이 끝나지 않는것에 대해 신경쓰지않아도 되었습니다. 더이상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1-2.가.. 2015.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