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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32

영원한 갈증 - 04. 새, 적(赤), 거짓말. 영원한 갈증 04. 새, 적(赤), 거짓말. 잡혀왔던 이호준이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 후, 발칵 뒤집어 졌던 XX서 강력계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라진 용의자 이호준이 자신의 의붓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 한 것이다. 매스컴에서 이 엽기적이고 끔찍한 존속살해에 대해 대서특필하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 되었고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며 이호준의 가족사에 숨겨져 있던 가정 내 학대에 대한 이야기 불거져 나왔다. 이호준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의 근본적 책임에 대해 피해자인 그의 양부모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언급되게 되자, 그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던 OO교회의 교인과 임원들은 소규모 황색언론을 통해서 이것은 단순한 살인상해사건이 아니라 개인의 불확실한 루머를 이용해 한국 개신교를 박해하는 것..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3. 생일 영원한 갈증 03. 생일 다소 천장이 낮은 열 평 남짓 하는 이 작은 원룸에는 한쪽 벽을 가득 막은 유치한 레이스 커튼과 소박한 책상, 작고 낡은 카펫과 주름하나 없는 깔끔한 하얀 시트가 깔린 싱글 침대, 그 옆에 놓인 작은 엔드 테이블, 또 그 위의 낡은 스탠드 외에는 눈에 띄는 인테리어제품이나 생필품이 없었다. 단지 방에 어울리지 않는 큼지막한 전신 거울이 책상 옆에 떡하니 기대어서 있을 뿐이었다. 그 방의 먼지 한 톨 움직이지 않던 조용한 공기의 흐름을 깨고 전신 거울이 작은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다다닥거리는 소음을 내며 몸을 떨던 거울의 방안 풍경을 반사하고 있던 깔끔하고 넓은 반사 표면이 조명이 꺼지듯 천천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거울의 어두워진 표면의 안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모래 바람이 서늘..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2. EMPTY BOX 영원한 갈증 02. EMPTY BOX 해영과 그녀가 속한 강력반은 사건조사를 위해 정신없는 며칠의 시간을 보냈다. 피해자들의 주변 조사와 용의자들을 추려내고 조사하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내내 사건은 핵심에 다가서지 못하고 주변만 희미하게 떠돌았다. 자살인지 타살인지조차 모호한 이 사건들이 정말 서로 연관이 되어 있을까? 이제는 그 가설조차도 우연히 엉켜진 일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점심이라고 하긴 늦은 시간, 아침도 컵라면으로 대충 해결했던 해영과 태호는 백반 집에 들어가 앉았다. “뭐 먹을래?” “응. 아무거나.” 아까부터 전화만 들여다보고 있는 해영이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하자 태호는 굴러다니던 스포츠 신문을 주워 들고 물 잔을 내려놓는 아주머니에게 김치찌개 백반 2인분을 시켰다. 두어 페이지를 읽..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1. 사건발생 영원한 갈증 01. 사건발생 집에 들어오자마자 점퍼를 벗어 거실의 소파에 던져놓은 해영은 피로로 뻣뻣해진 허리를 뒤틀었다. 찌뿌듯한 몸이 마디마디 쑤셔서 얼른 뜨겁게 샤워하고 자야겠다 생각하고 남방을 벗어서 침실의 침대 위로 던졌다. 흰 민소매 옷만 입은 그녀가 건조대에 널어놓았던 수건을 하나 집어 들고 욕실로 들어가려는데 초인종이 올렸다. /딩동- 딩동-/ 이 시간에 딱히 집까지 찾아올만한 사람이 없는데, 기쁜 소식 전한답시고 돌아다니는 종교인일까 생각하며 문에 난 외시경에 눈을 가져갔다. 둥근 시야 안에 현관문 앞 천장 조명에 노랗게 물든 동그랗고 볼록하게 왜곡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어? 호준이네?” 그녀는 자신의 친구인 이호준의 모습을 확인하고 반갑게 문을 열었다. 큼직하고 검은 크로스백의 끈..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0. 시작 영원한 갈증 00. 시작 멀리서 보면 고압 철탑위에 세워둔 대형 피뢰침이라고 억지를 부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분명 장신의 남자였다. 몰아치는 바람에 간간히 흐트러지는 어깨를 조금 넘기는 길이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 봄에 접어드는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낡고 묵직한 검은색의 스웨이드 롱코트는 그의 넓은 어깨에서 종아리까지 뚝 떨어져서는 바람에 펄럭였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그 높은 곳에 올라가기는커녕 저렇게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겠지만, 가느다란 선의 하얀 얼굴과 푹 꺼진 검고 긴 눈, 빛에 따라 번쩍이고 있는 맑은 눈동자. 그리고 슬쩍 열린 코트 사이로 보이는 흰 와이셔츠 아래로 가슴을 움직이며 숨 쉬고 있는 그는 분명 살아 있는 사람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긴 시간 눈의 깜빡임이 없어도 변함없이 번뜩.. 2015.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