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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32

영원한 갈증 - 13. 지금, 당장, 나를,​ 영원한 갈증 13. 지금, 당장, 나를,​ ​ “이 새끼가, 진짜.” 입에는 짧게 타들어간 담배를 물고 뒷머리에는 엉망으로 까치집이 생긴 해영은, 손에 든 종이파일을 들어서 자신의 책상 맞은편 철재의자에 수갑을 차고 삐딱하게 앉아 있는 남자의 옆머리를 세 번 정도 연달아 후려쳤다. 다리를 넓게 벌린 자세로 거들먹거리고 있던 남자는 해영의 날이 선 눈빛과 파일공격에 자세를 고쳐 앉고 입을 삐죽거렸다. 해영은 꽁초를 문질러 끄고 그에게 말했다. “야, 이 뭣 같은 새끼야. 니가 저 여자 집 창문 깨는 거 봤다는 사람도 나왔어. 그리고 너 도망가면서 버렸던 가방, 그 안에 들었던 청테이프, 빠루. 그게 니꺼 아니면 누구 거야? 망보다 튄 놈이랑 꼭 대질심문 해야 순순히 불 꺼야?” 남자는 눈을 부릅뜨고 수갑을..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12. 많은 물​ 영원한 갈증 12. 많은 물​ 텅 빈 해영의 맨션. 아무도 없는 어둠에 잠긴 거실로 초인종소리가 들려 왔다. 10초. 20초. 묵묵한 시간이 흘렀다. 잠시 후 현관문에 달려 있는 전자 잠금장치의 키패드가 켜지는 소리가 들리고 삑삑- 숫자를 입력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현관문이 열리고 열린 문틈 사이로 빼꼼, 해영이 고개를 내밀었다. 자기가 사는 집인데, 다른 사람의 집에 몰래 침입하는 사람처럼 어두운 거실 안을 기웃거리며 현관에 들어선 해영은 등 뒤로 문이 닫히는 적잖은 소음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가 스스로의 모습이 멋쩍어 픽픽 웃으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올라섰다. 들어오자마자 웃옷을 벗어 던지던 오래된 버릇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해영은 거실중간에 멈추어 서서 에일델드리브가 자주 앉아 ..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11. 작용, 반작용 영원한 갈증 11. 작용, 반작용 호준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정확히는 손목과 무릎, 발목을 결박된 채로 겁에 질려 턱을 덜덜 떨고 있는 해영을 바라보았다. 중간정도의 컬이 들어간 베이비펌 머리는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런 대로 나쁘지 않았다. 말려 올라간 컬 때문에 반쯤 드러난 이마와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안쓰러울 정도로 떨고 있는 해영을, 그는 연민을 담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치를 살피며 주저하던 그녀가 달달 떨리는 입술을 벌렸다. “사.살려 주세요.” 고민 끝에 뱉어낸 말 같은데, 이런 감동적인 해후에 기껏 한다는 말이 살려 달라는 말이라니. “오랜만에 만나서 한다는 말이 그거야?” 그는 눈썹을 기울이고 바닥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가 시멘트 바닥의 뽀얀 분진을 일으..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10. 추격 영원한 갈증 10. 추격 잠에서 깨어난 해영은 부스스 눈을 떴다. 흐릿한 시선으로 맞은편을 보니 사람이 누웠던 자국만 슬쩍 남았을 뿐, 에일델드리브는 어딘가로 가고 없었다. 그녀는 괜히 품이 썰렁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그를 찾아서, “야, 어딨어?-” 목소리를 높여 그를 불러봤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잠이 묻은 눈을 꿈뻑거리는 해영에게 비어있는 쿠션 위에 놓인 작은 쪽지가 보였다. 쪽지 곁에는 에일델드리브가 휴지로 접어놓았을 것이 분명한 조그만 백합꽃이 놓여있었다. 해영은 휴지로 만든 꽃을 주워들고 피식 웃었다. 지루한 서적의 문장 같은 딱딱한 말투로 냉소적인 말이나 툭툭 던지는 것과 어울리지 않게 그는 가끔 이렇게 촌스러울 정도의 낭만적인 말이나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를 조금 더 알게 된 ..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9. 달콤한 질병 영원한 갈증 09. 달콤한 질병 길게 날숨을 뱉은 해영은 쾌감의 잔상을 다스리며 숨을 고르며 그의 가슴위에 그대로 엎드려 누웠다. 그녀는 둥둥거리는 심장과 달아오른 숯 같은 몸의 열기를 다스려보려 미지근한 에일델드리브의 맨 가슴에 볼을 바싹 대고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의 서늘한 가슴 기대서 숨을 고르는 동안, 혹여 그의 뼈와 살 너머로 잠시나마 심장소리가 들리려나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그의 가슴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심장소리를 찾아보려고 해영이 열심히 그의 가슴에 파고들자 에일델드리브는 그녀가 어리광이라도 부린다 생각했는지 해영의 땀에 젖은 서늘한 등과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이윽고 의미 없는 수색활동을 포기한 해영은 이리저리 쓸려 부스스한 머리로..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8. 상자 속의 질문 영원한 갈증 08. 상자 속의 질문 적막한 지방의 산을 감고 올라가는 뿌연 도로위로 밤안개가 흐물거리며 흘러 내려왔다. 안 그래도 한산한 고개는 이렇게까지 안개가 짙은 밤이면 지나가는 차 한 대도 만나기 힘든 곳이다. 조용한 산 중턱에 급하게 돌아가는 코너에 서있는 낡은 반사경을 통해 검은 모래바람으로 흘러나온 에일델드리브는 경사진 도로를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그는 도로 옆의 갓길위에 깔린 회색 자갈 위를 소리 없이 걸었다. 점점 짙어 지는 안개를 해치고 걸어가는 동안 시무룩한 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오르막이던 도로가 점차 내리막으로 들어서는 구간, 잠시 차를 세워 쉬어 갈수 있게 준비 해놓은 협소한 전망대겸 간이 휴게소가 있었다. 지나가는, 들러 가..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7. 우리가 서로에게 닿은 순간, 영원한 갈증 07. 우리가 서로에게 닿은 순간, 팀장에게 호기 있게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도 호준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말리던 태호도 그녀의 고집에, 결국 포기하고 그녀의 추격을 도왔다. 그렇게 열심히 쫒아도 성과를 보이지 못하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두 사람이 며칠 전 관할구역에서 일어난 폭행치사사건과 관련한 탐문을 위해, 끈질기게 쏟아지는 비를 뚫고 나선 길, 주차장에 차를 대고 탐문을 할 연립주택이 들어선 좁은 골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였다. 목적지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해영에게 우산을 받치고 따라 걷던 태호가 해영의 어깨를 잡아 세우더니 골목 끝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장형사. 잠깐, 저거 이호준 아냐?” “뭐?” 억수같이..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6.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 영원한 갈증 06.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 “팀장님, Y동에서 이호준으로 보이는 인물을 어제 낮에 봤다는 제보 받았답니다.” “어떤 개새가 뿌린 헛소리 아냐? 또라이들 제보 때문에 한 헛짓거리가 몇 번째야?!” “일단 민 형사님이 확인하러 가셨습니다.” “그럼 일단 공 형사팀은 여기서 대기하고 민 형사 연락 오는 대로...” /따르릉- 따르릉-/ /삐비빅- 여기는 민재형, 풀밭 있습니다. 지원바랍니다./ 팀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방에서 전화와 무전이 울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잔뜩 산만하진 경찰서가 무전기와 전화기를 붙들고 움직이는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팀장님.” 전화를 받던 김 순경이 쩔쩔매면서 전화를 든 채로 엉거주춤 팀장을 바라봤다. “뭐야?” “저...사건.....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5. 운명의 굴레 영원한 갈증 05. 운명의 굴레 해영은 아침부터 형사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는 사무실 한가운데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주머니의 전화를 꺼내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린 해영은 호준의 사진파일을 열었다. 3건 이상의 연쇄살인사건과 자신의 양부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의 피의자 이호준. 세간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뿔이라도 달린 끔찍한 악마로 생각되었지만 해영에게 호준은 다정하고 친절했던 친구일 뿐이었다. 아무리 형사로서의 스스로를 다잡아도 호준을 향한 측은지심에 마음이 저렸다. 꿈속에 나타났던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지껄였다. -그래서 그는 괴물이 되었다네....- 해영은 입술을 악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호준은 괴물 같은 게 아니다. 그도 피해자였단 말야!- 그녀는 대답 없는 허공에.. 2015.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