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갈증 - 00. 시작
영원한 갈증 00. 시작 멀리서 보면 고압 철탑위에 세워둔 대형 피뢰침이라고 억지를 부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분명 장신의 남자였다. 몰아치는 바람에 간간히 흐트러지는 어깨를 조금 넘기는 길이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 봄에 접어드는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낡고 묵직한 검은색의 스웨이드 롱코트는 그의 넓은 어깨에서 종아리까지 뚝 떨어져서는 바람에 펄럭였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그 높은 곳에 올라가기는커녕 저렇게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겠지만, 가느다란 선의 하얀 얼굴과 푹 꺼진 검고 긴 눈, 빛에 따라 번쩍이고 있는 맑은 눈동자. 그리고 슬쩍 열린 코트 사이로 보이는 흰 와이셔츠 아래로 가슴을 움직이며 숨 쉬고 있는 그는 분명 살아 있는 사람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긴 시간 눈의 깜빡임이 없어도 변함없이 번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