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 Said/Fragments of H

조각

by 하달리 2014. 8. 19.

1.
너에 대해 이야기 할수록 나는 울고 싶어져.

그래서 더욱 열심히 궁리하게 돼. 근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너와 나를 도울 수 있을지.

 

 

2.

모두 미안해. 미안해요, 그러려고 한건 아니에요.
미안해요, 당신들을 미워하려고 한게 아니에요.
미워서 그런게 아니에요.
그냥 아무 감흥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무엇인것이여야 하는 게 역겨웠을 뿐이에요.
당장에라도 산산조각내고 싶은 반들반들한 표면들이 끔찍하게 구역질 났을 뿐이에요.
텅텅 빈 관심은 필요 없었어요. 동정어린 선물도, 충고의 말도 필요도 없었어요.
그저 내 조각들을 뜯어가거나 상처들을 기웃거리며 구경하거나 내 마음을 조롱하거나 생각들을 오역하지나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미안해요. 그러려고 한게 아니에요. 미워하려고 한게 아니에요.
그런게 아니었어요.

잠깐이라도 다정하게 웃어줬으면 했어요. 미미하고 막연하게 사랑받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내가 아무런 의심없이 믿을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것 뿐이었어요.

 

 

3.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여자 주인공. 인상을 잔뜩 쓰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빛이 똑바로 눈을 찔러도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노려본다. 애원하듯, 원망하듯, 울듯 노려본다.
결국 그녀는 사랑하는 모든 것을 먼저 보내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혼자 살아남는다.
그냥 운이 좋은 건지, 단지 잊혀진 건지, 지독하고 잔인하게도 그녀는 기어코 살아남는다.
그 누가 그녀의 인생을 축복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4.

나는 잠수를 준비합니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 물에 짓눌리며 몸안의 모든 공기를 소진하고 깊이, 깊이 가라앉을 준비를 합니다. 나를 기억해주세요, 예쁘진 않을지라도 내 얼굴에 떠올랐던 잠깐의 미소를,

잘 감춰 두었을지라도 눈안에 떠올렸던 부끄러운 동경을,

기억해주세요, 나를. 나의 한숨의 온도를. 연모의 힐끗거림을 담은 눈빛을 꽃잎에 숨기던 나를.

나의 전체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순간을, 찰나를, 조각을, 나의 일부를 기억해주세요. 대신 나는 당신의 전부를 기억할게요. 내 혈관에 영혼에 당신을 꽉채우고 가라앉는 긴 시간동안 천천히 조금씩 떠올리며 오래 오래 기억할게요.

 

나는 준비를합니다. 가라앉을 준비를. 떠날 준비를.

 

당신에게서 멀리, 아주 먼 곳으로 떠밀려 깊이, 아주 깊숙히.

 

 

'H Said > Fragments of H'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각  (2) 2015.12.30
은하수  (0) 2015.12.17
뭐든 좋으니, 내게 말해줘요.  (0) 2015.12.08
조각  (0) 2015.12.08
_  (0) 2015.07.10
조각  (0) 2014.08.19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