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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Said/Fragments of H

은하수

by 하달리 2015. 12. 17.

나는 내 안을 매만지던 복화술사의 손이 빠져나가 텅텅 비어버린 복화술 인형처럼, 아무것도 담지 않은 눈으로, 모로 누운 나의 맞은편이자 옆자리에 누워 한쪽 뺨을 왼손등 위에 기대고 나를 빤히 보고있는 그의 커다랗고 진한 눈동자를 구경했다.
깜빡임없이 단호한 눈빛을 띤 파랗고 검은 눈동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지 도통 가늠하기 힘든 은하수같은 거대한 힘이 회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눈커풀에 힘을 빼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노곤하게 눈을 다시 떠서 여전한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나를 마주보는 네 눈 안에 모든 것을 빼앗겨서 나는 이렇게 텅비게 되어버렸나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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